일상

2022 회고록

비비빅B 2023. 1. 24. 18:56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를 보내면, 아쉬운 마음에 하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늦게 잠들게 된다고 한다. 미루고 미루다 2023년 1월이 다 가고 나서야 2022년을 마무리하는 것은 그런 이유일까.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다.

 

성장할 수 있을까?

계약 종료, 퇴사 등 여러 이유로 인원이 부족해지면서 팀 내에서 내가 담당해야 하는 일이 점차 많아졌다. 일이 많아져도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으면 된다는 주의라 크게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성장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쯤, 서비스기업 코딩테스트를 본 적이 있다. 알고리즘 문제 외에도 서술형 문제가 5개 정도 있었다. 문제상황을 주고 어떻게 해결할 건지 문제해결능력을 보는 것이었는데, 내가 실무에서 고민하는 문제와는 깊이가 달라서 놀랐었다. 당연하게도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막연히 생각하던 서비스기업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마주했다.

 

개발자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업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단순한 기능오류 -> 수정을 반복하면서 성장이 멈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가끔씩 의미 있는 경험을 하며 도파민이 샘솟아 다시 열정이 불붙은 적도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단순히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새로운 배움을 찾지 못한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더라도, 결국 다 똑같이 겪게 되는 권태기 같은 거라는 말인가. 참 어렵다.

 

 

성실이 재능이면, 난

성실도 재능이라는 글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나는 스스로 성실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인스타로 그 글을 보면서도 정신 못 차렸던 걸 보면, 확실히 작년에 비해 무뎌지긴 했다.

 

블로그 글은 2개밖에 작성하지 못했다. 강의는 수강중을 제외하면 4개.

 

 

그래도 잘한 일을 파헤쳐 찾아보자면, SQL 기초를 다진 것이다. 팀 내에서 다양한 분들이 떠난 만큼, 다양한 SQL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Java 코드는 뭐가 더 좋은 코드인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해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는 김에 리팩토링도 하곤 했는데, SQL은 뭐가 더 좋은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 한번 제대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

 

프로그래머스 유료 스터디 강의를 수강했다. 꽤나 비싼 금액이라 수강하면서 '에이, 너무 기초적인 내용 가르쳐주면서 이 돈 받는다고?' 생각이 들곤 했지만, 뒤로 갈수록 DB에 대한 이해가 단단히 쌓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실행계획을 보고 쿼리를 튜닝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불필요한 성능하락을 피하면서 가독성을 높은 쿼리를 작성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배운 것들로 회사에서 직접 튜닝해 성능이 확확 좋아지는 걸 볼 때면, 왜 백엔드 개발자도 DB를 공부해야 하는지 새삼 느끼곤 했다.

 

작년에 이어 FLEX. 역시 돈을 쓰는만큼 얻는 게 있는듯 하다.

 

욕심이 과했던걸까...

작년에는 개발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유난히 부산스러웠다. 회사 업무가 바빠져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부족한 시간을 관리하지 못했다. 되돌아보면 결국 하나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전부 어영부영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회사 근처에서 주 3회씩 크로스핏을 했다. 집 근처 피아노 수업을 등록하고 꾸준히 연습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 전자책 서비스를 구독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비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가보지 않았던 낯선 곳에 가보곤 했다.

 

색이 짙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런 고민은 항상 '색이 없는 사람'으로 귀결됐다. 그래서 작년에 평소에 관심 있던 피아노를 배우고, 책을 많이 읽어 나만의 색을 찾고자 노력했다. 아직은 여전히 모르겠다. 일단은 욕심 과한 사람인 걸로😭

 

취미가 생기면 나를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참 빨라

올해 아빠가 환갑이다. 나한테는 아직 그냥 아저씬데, 벌써 사회적으로 할아버지가 됐다. 나는 대학생때와 비교하면 아직 그대론데, 오랜만에 본 친척동생들 눈에는 계란 한 판 어른이다.

 

 

 

요즘 들어 아직 때가 아니라며 외면했던 고민들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커리어패스를 어떻게 쌓아나가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부모님 환갑잔치는 어떻게 해야할지, 결혼하기 전에 돈은 얼마나 모아야 할지 등등 정말 골치 아프다. 위에서 했던 회사에서의 성장과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도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다. 뭘 하든, 내년 이맘 때쯤에 '그래도 열심히 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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